식칼, 선택과 관리에 대한 주저리

데바, 셰프 나이프, 페어링 나이프로 구성된 소소한 컬렉션이 자석 칼 홀더에 걸려 있다.

식칼 상식에 관한 글이다.
요리사는 필요한 식칼을 갖춰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깨끗하고 예리하게끔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
잘 관리된 식칼은 무디고 녹슨 칼에 비해 위생적이고, 빠른 작업 속도를 제공하며, 억지힘이 들어가지 않아 손가락 절단 같은 큰 사고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1. 어떤 식칼이 필요한가

데바, 셰프 나이프, 페어링 나이프로 구성된 소소한 식칼 컬렉션이 자석 칼 홀더에 걸려 있다.

자신만의 식칼 컬렉션을 구성할 땐 얼마나 자주 쓰일 건지, 사용은 편한지, 꾸준히 관리할 수 있는 컬렉션 규모인지 등 사용자의 필요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중저가 식칼은 평을 들어보고 가성비 좋은 제품을 산 다음, 잘 갈아서 사용하면 된다. 고가의 식칼을 살 땐 주방용품점에서 직접 테스트해 본 다음 사는 걸 권한다.

 

[ 식칼의 재질 파악 ]

세라믹 칼처럼 신소재 식칼도 나오지만, 여전히 철 소재의 식칼이 대부분이다. 탄소강, 스테인리스 스틸과 같은 건 철에 다른 무엇을 합금했는지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 탄소강 (Carbon Steel)

철에 탄소가 함유되면 탄소강이다. 0.5% 이상 함유되면 고탄소강, 주철(무쇠)이라고 한다. 일본은 탄소강 강재를 두드리고 물로 식히는 재래식 공정으로 만든 칼을 '혼야끼'라 부른다.

탄소 함량이 높을수록 강도가 높아 절삭력이 오래 유지되지만, 녹에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무쇠 칼은 부지런하지 않으면 관리가 안 된다. 말이 '부지런히'이지, 사용하고 수 시간 지나지 않아 피어오른 녹을 보노라면 현자 타임이 안 올 수가 없다. 며칠 만에 꺼내어 보면 사태는 더 심각하고, 몇 달 만에 꺼내어보면 버려야 하나 싶다.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녹을 제거하려면, 날은 물숫돌로만 갈더라도 칼면은 그라인더 철 브러시로 한번 문지르는 게 편하다. 거기 접점부활제(WD-40)랑 치약을 사용하면 녹 제거가 한결 더 수월해진다. 그보다 강한 산성 제품들(자동차 휠 녹 제거제 등)은 칼의 부식을 가속하므로 사용하지 않는 게 좋겠다.

오래 넣어두고 보관해야 할 땐 들기름 같은 식용 기름을 잔뜩 먹여서 공기 중 습기를 차단해야 한다. 날을 뺄 수 있거나 나무 손잡이가 아니라면 식용유 같은 데 빠트려 놓기도 한다. 기능적으로는 공업용 기름을 써도 상관없지만, 스댕과는 또 다르게 밴 향이 쉬이 빠지지 않아서 식칼에 사용하는 건 피하는 게 좋다.


■ 스테인리스강 (Stainless Steel)

주변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스뎅 칼. 탄소강에 크롬을 13% 이상 섞어주면 스테인리스강이 된다.

녹슮을 획기적으로 해결했으나, 이건 또 칼날이 쉽게 무뎌져 자주 갈 수밖에 없다. 나는 회칼을 제외한 웬만한 식칼은 양날을 기본으로 만든다. 그래야만 현장에서 칼날이 하루를 간신히 버틴다.

망간, 바나듐, 몰리브덴, 텅스텐 등을 합금해 단점을 보완하기도 한다. 스테인리스 스틸도 합금재료와 함량 정도에 따라 종류와 가격대가 다양하다.


■ 본문에 일반 철 식칼만 언급되는 이유

무쇠 칼은 금방 녹슬고, 스뎅 칼은 걸핏하면 넘어가는 칼날을 세워줘야 하고…. 어떤 철 소재의 식칼을 선택하든 받아든 그 날부터 매일 관리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런데 요즘 "날을 갈아줄 필요가 없다"는 식칼들이 보인다. 칼날 가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보니 솔깃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날의 강도에 대한 선전들은 일반적인 식자재만 다룬다 했을 때 무뎌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실사용 중에 떨어트리거나 찍히거나 하여 손상되면 연마를 안 할 수가 없다.
신소재로 만든 식칼의 문제점은 연마가 필요한 순간에 일반적인 연마 도구로 갈 수 있는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두 동강 나는 일이 태반이니, 그라인딩을 고민할 상황이면 그나마 다행일까…)

신소재 칼들 대부분은 받은 대로 쓰시다가 문제 생기면 AS 보내시라는 말밖에 할 게 없으니, 여기에서 다룰 이야기도 없겠다.

 

[ 살펴볼 만한 식칼 종류 ]

■ French Knife

'셰프 나이프'로 불리는 식칼. 양파를 썰고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다용도 부엌칼. '셰프 나이프'라고도 한다.
'규토'란 건 일본이 전엔 없던 서양 프렌치 나이프를 보고 모방한 것으로, 뭐가 좀 다르다 카는데 그냥 프렌치 나이프다.
날끝이 덜 공격적인 외형에 다소 작고 가볍게 만든 '산토쿠'란 것도 있다. 우리네 가정 주방에서 많이 볼 수 있다.

 

■ Boning / Filleting Knife

필레팅(보닝) 나이프, 해체용 식칼. 주로 앞날이 다소 얇고 칼등이 휘어진 것은 생선 해체용으로, 보다 앞날이 두텁고 칼등이 수직인 건 고기 해체용으로 쓰인다

주로 생선·고기 해체에 쓰이는 날이 얇고 유연한 곡선형 식칼.
유연한 칼날은 고기, 생선, 가금류를 해체할 때 뼈 타고 살을 발라내기에 적합하다. 요령 없으면 분질러 먹기도 쉽다.

 

■ 야나기 (야나기바, 야나기보쵸, 사시미)

사시미 칼로 불리는 식칼, 야나기 보쵸가 길이별로 정렬되어있다.

흔히 '사시미 칼(Sashimi Bocho)'로 불리는 회칼. 칼날 길이는 210mm, 가장 흔한 270mm, 300mm 이상도 있다.
주로 껍질까지 분리된 횟감을 마지막에 회 뜰 때 사용하는 외날 칼이다. 일식에선 후토마키나 곤약을 자를 때 쓰이는 등 사용하려고 하면 다용도로 쓰는 데 문제는 없다. 뭔가 신중하게 당겨 써는 퍼포먼스가 필요하면 이 칼을 사용…. (땀)

칼날 먹이는 거며 손목 스냅이며 서양식 양날 칼과는 사뭇 다르므로 달리 숙달해야 한다. 손목에 힘을 빼고 썰어보면 칼면을 지지하는 손 쪽으로 칼날이 밀고 들어오는 걸 알 수 있다.
식칼을 잡은 손 검지 손가락을 칼등에 얹어 누르며 당기면 컨트롤이 수월해진다. 단, 장시간 사용하는 현장에선 검지 손가락에 피로도가 많이 쌓인다고 처음부터 습관을 들이지 않는 게 좋다는 분들도 많다. 실제로 검지 손가락이 단련되어 굵어지긴 한다.

당겨 썰기를 많이 하는 식칼이다 보니 뒷날은 거의 사용되지 않음으로 날을 안 가는 게 좋다. 유난히 뒷날 높이가 낮아서 손잡이를 잡은 손가락이 도마에 맞닿는 지경인데, 더 갈았다간 칼면에 손가락 둘 곳이 없어진다. 간혹 뒷날에 살이 씹힐 때가 있는데 날이 날카로우면 상처가 날 수도 있고, 그런 이유로 안 간다.

 

■ Pairing Knife

도마 위에 '패링 나이프'로 불리는 식칼, 갖은 채소 과일이 올라가 있다. 가정집 주방에선 다용도 쓰이기도 하는 식칼.

날 길이가 매우 짧은 식칼.
딸기 꼭지 제거, 새우 껍질 까기, 아스파라거스 껍질 벗기기처럼 세밀한 손질을 요구하는 식자재 다듬는 작업에 주로 쓰인다.

급하게 썰 거 없는 가정집에서는 이 식칼만 쓰기도 한다.
고급 식당일수록 식자재를 상처 없이 준비하는 것부터 깐깐하게 따지므로, 이 식칼을 다루는 건 기본기일 수도 있겠다.

작다는 것만 빼면 어떤 정해진 형태는 없다. 자유자재로 다룰 수만 있으면 그만이라서 다양한 외형의 페어링 나이프가 있다. 카람빗 같은 걸 사용하는 사람도 있고.

 

■ Serrated / Bread Knife

'브레드 나이프'로 불리는 톱니날 식칼. 통밀빵을 자르고 있다

톱니 날을 가진 식칼.
껍질이 두꺼운 채소나 과일을 자를 때 쓸만하다. 칼날 연마는 톱날 갈 때처럼 연마봉으로 날 하나하나 갈아쓰면 된다.

제빵용 칼도 여기 속하는데, 다른 톱니 형태의 칼날보다 신중히 연마해야 하므로 다른 용도로는 쓰지 않는 게 좋겠다. 날이 너무 거칠면 빵부스러기가 나는 정도가 아니라 빵을 찢어발긴다.

 

■ 데바 (데바보쵸)

혼야끼 데바 보쵸는 생선 해체 전반에 쓰이는 식칼. 칼날 길이별로 정렬되어있는 이미지

생선 뼈 치기부터 포 뜨기(오로시)까지 다양한 생선 해체 작업에 쓰이는 칼. 데바 중에선 '혼데바'와 혼데바 보다 길고 얇은 '미오로시(오로시) 데바', 두 종류만 간간이 볼 수 있다.
혼데바의 가장 두꺼운 하단 일부는 뼈 치기, 나머지는 오로시하는 날로 활용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165mm 미만은 날이 너무 짧고 굵어서 오로시하는 데 많이 힘들었다.

오리지널은 무게감이 상당해서 장시간 사용하기에는 손목 피로도가 높다는 특징을 보인다. 국내에서는 주방에 돌아다니는 일본산 데바를 좀처럼 볼 수 없었다. 혼데바 보다 가볍다는 '상데바'도 있다고 하는데 본 적이 없다.
기절시키고, 피 빼고, 뼈 치고, 배 갈라 내장 제거한 뒤에, 완포 뜨기(, 껍질이 두꺼운 생선은 탈피)까지 대장간표 막칼 하나로 해결하는 게 우리네 수산시장·횟집에선 흔한 풍경이다. 그만큼 무쇠 성형 칼이 쓸만하고, 칼을 다루는 사람들의 기술이 좋다.

데바도 고급 라인에 혼야끼가 있지만, 워낙에 날이 두껍다 보니 외날+스테인리스강 조합인데도 날이 꽤 오래 간다. 물론 뼈가 야문 생선은 몇 번 치면 뒷날마저 뭉개져 버리지만. 그래서일까, 평평한 쪽 칼면을 살짝 양날로 연마하는 분들도 계시던데, 일부러 양날로 연마하시는 것 같다.
무엇보다 생선 해체 작업 특성상 스뎅 칼이 녹 관리가 편하다. 엔간히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라면 스테인리스강 데바를 권한다.

탄소강 데바는 칼날의 강도 외엔 별다른 장점이 안 보이지만, 뼈 굵은 생선을 해체할 때 이것 말곤 다른 대안이 없다.
(일단 무쇠는 일반 연마봉으로 연마할 수 없다만,) 외날 식도라 양날 식칼처럼 야스리로 문질러가며 쓰는 게 어렵다. 한번 물숫돌로 갈아 세운 날로 그날 작업을 치르는 게 베스트라서 이쪽 작업에선 다 필요 없고 절삭력을 오래 유지하는 게 최고다.
물론 실제로는 물숫돌로 수시로 갈면서 작업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기는데, 엄청 번거롭고 작업 흐름을 오래 끊어먹는다.

 

■ Cleavers Knife

'클리버 나이프'로 불리는 식칼. 흔히 중식칼로도 부른다. 햄을 썬 이미지. 주변에 커비(오이)도 있다

흔히 '중식칼'이라 부르는 외형을 가진 식칼.
다른 칼처럼 뾰족한 칼끝으로 당겨 썰거나 깊게 도리는 거 빼곤 거의 모든 작업에 적합한 다용도 식칼이다.

칼면 높이와 칼 두께를 줄인 야채칼(vegetable knife/우스바)도 여기 속한다. 서양식 클리버도 있는데 주로 고기를 토막 치는 용도로만 쓰이고, 중식칼(Chinese Cleaver Knife)이 다용도 측면에서 벨런스가 좋다.

칼날이 수평에 가까운 것도 있고 곡선이 심한 것도 있는데, 쓰임 나름이고 갈기 나름이다. 칼날 형태에 따라서 연마하는 방법이 살짝 다르기 때문에 칼날 모양에 맞는 연마법을 미디어 SNS에서 찾아 따라 하며 숙달하는 걸 권한다.

 

■ Carving / Slicing Knife

슬라이싱 나이프와 포크 한 세트가 있고, 도마 위엔 구운 치킨이 올라가 있다. 예리하고 칼면에 홈이 나 있는 디자인이 많은 식칼

슬라이스 전용 식칼. 주로 치킨, 수육, 순대처럼 굽거나 쪄낸 고기 살을 부스러트리지 않고 자를 때 쓰인다.
일반적으론 단백질 덩이가 뜨거울 때는 써는 게 아니라지만, 식혀서 낼 수 없는 음식은 이 식칼을 쓴다. 다 식은 요리는 굳이 이 칼이 아닌 아무 부엌칼로 썰더라도 터지는 거 없이 잘 썰린다.

칼면에 홈이 있거나 두드려 만든 굴곡을 남겨둔 (츠치메, 해머드 다마스커스) 디자인이 이쪽에 유난히 많다. 칼면에 재료가 들러붙어 꽉 물고 안 놓아주는 현상을 억제하려는 건가? (추측)
식칼만 따로 팔기도 하지만, 조리 포크까지 2-piece 세트로 구성된 게 흔하다. 뜨거운 걸 맨손으로 잡고 썰긴 어려우니까.

양식 칼임에도 야스리보단 고운 물숫돌로만 연마하는 게 좋다.
이 식칼은 주로 뜨거운 상태의 단백질 덩이를 가른다는 특성상 예리한 정도가 다른 칼들보다 월등히 좋아야 한다. 덜 예리한 식칼로 계란말이, 삶은 달걀을 썰어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 Kitchen Shears

다양한 모양을 한 주방 가위들. 날이 분해되는 것도 있는데, 분해된 가윗날은 식칼처럼 관리할 수 있다

생고기, 갑각류 껍질, 면 자를 때 주방 가위보다 편한 게 없다.
요리 재료를 바로 넣을 수 있도록 준비해두지 않았을 경우엔, 예를 들어 파나 고추도 썰어둔 게 없으면 통으로 잡아 들고 가위로 툭툭 끊어 넣으면 된다. 어묵, 떡도 가위 쓰는 게 편하고.
가정에선 요리 전반에 사용한다고 해서 눈치 볼 건 없고, 특히 우리나라 식당은 주방·홀 할 거 없이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기능상 사무용이나 주방용이나 다르진 않지만, 날 분해가 되는 제품은 세척과 칼날 관리에 좀 더 용이하겠다.

 

 

2. 식칼 연마는 요리사의 기본 소양

식칼을 가는 건 날을 세워 작업을 수월하게 하려는 기능 목적뿐만 아니라, 녹이 슬지 않도록 유지한다는 위생 목적도 있다.

연마술은 저마다 조금씩 달리하여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다른 게 정답이 아니라 한 방식으로만 일정하게 가는 것이 정답인 듯하다. 칼날을 이리저리 이 방법 저 방법으로 갈아대면 날의 예리함과 견고한 정도가 떨어진다.

칼을 간 뒤에 칼날이 얼마나 잘 섰는지 확인하려면 토마토, 고추, 피망, 파프리카처럼 표면이 매끈한 식자재를 대상으로 테스트해보면 된다. 도마 위나 모서리에 칼날을 살짝살짝 댔을 때도 날이 제대로 섰으면 즉시 멈추는데, 날이 죽어있으면 칼날이 쭉 밀린다. 주변에 그마저도 안 보이면 손톱에 살짝 대어 확인할 수 있는데, 손톱 상한다.

 

[ 연마 도구 ]

■ 물숫돌

숫돌 연마는 일반적인 연마법 중에서 칼날 품질을 가장 좋게 만들 방법이다. 하지만 날을 세우는 동시에 다치지 않으려면 오랜 수고와 집중이 필요하다.

난 '400방/1,000방/6,000방' 킹숫돌을 사용하고 있다. 더 거칠고 고운 숫돌도 있는데, 저 3종 세트가 가장 흔한 조합이다.
거친 400방은 새 칼날을 초벌 할 때나, 이가 심하게 깨져서 칼날을 많이 올려 성형해야 할 때만 쓴다. 자주 쓰이진 않는다. (이 작업은 너무 수고스러워서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편함)
1,000방(붉은 돌)의 쓰임이 가장 많다. 1,000방으로 다 간 뒤에 여유가 있으면 6,000방으로 칼날과 면을 말끔하게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편이다.
8,000 이상, 10,000방부터는 갈아내는 것보다 칼면에 광을 내는 경면 처리가 필요할 때 쓰인다. 주로 식칼을 고급스럽게 보이게 하는 심미적 효과가 있고, 굳이 의미를 둔다면 녹이 슬기 전에 방지하는 위생 효과도 있겠다.

숫돌 표면에 물을 끼얹는 것은 물이 윤활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 사용 전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물을 충분히 먹여놔야만 사용 중 숫돌 표면에 물을 자주 뿌리려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숫돌 표면에 물 뿌리는 건 수도꼭지 아래서 숫돌 표면에 물을 똑똑 떨어뜨려 숫돌 표면을 적시는 동시에 잔여물을 씻어내리는 방식, 그리고 돌가루와 쇳가루가 뒤엉킨 잔여물을 그대로 두고 가끔 분무기 또는 손으로 물을 조금 떠서 돌 표면만 살짝 적셔지게끔 뿌리는 타입이 있다. 결과물만 보면 낙수 아래서 정성껏 도 닦는 게 가장 매끈하다.
잔여물을 그대로 두고 연마하면 칼은 빨리 갈리지만, 칼 표면에 잔잔한 흠집을 많-이 남기는 편이다. 그런데 잔기스는 6,000방에 몇 번 문질러주면 해결된다.
솔직히 세상 귀찮은 작업이라서, 기능적인 품질만 크게 해하지 않으면 후딱 가는 편이 지치지 않는다. 주방 근무자일 경우엔 일을 마치고 지친 상태에서, 또는 휴식 시간을 쪼개어 칼 가는 게 일상이라는 걸 간과해선 안 되겠다.

아무리 숫돌 면 전체를 사용하려 해도 일정한 동작으로 갈다 보니 숫돌의 갈리는 부분만 갈리게 되어있다.
칼 갈기가 끝날 무렵 상대적으로 높이 올라오는 숫돌 네 면 귀퉁이 부위에 앞날·뒷날만 따로 갈며 높이를 맞추는 것도 좋다. 그렇더라도 한 번씩 혹은 자주 숫돌 평탄화(맨나오시)를 하지 않으면 칼날이 평평하지 않고 볼록하게 갈린다.
평탄화 작업에만 쓰이는 전용 돌이 있다. 없으면 평탄화 대상 숫돌보다 거친 숫돌을 연마석으로 쓰면 된다. 1,000방은 400방으로, 6,000방은 1,000방으로. 400방은? 평평한 땅바닥? (땀) 이때 주의점은 평탄화된 면으로 대상 숫돌을 갈아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평탄화 전용 면과 칼 가는 면을 구분해서 사용하는 게 좋다. 나는 칼 가는 면에 연필로 바둑판 패턴을 그리는데, 평상시 이 면에 칼을 갈고 평탄화할 거라는 게 구분되고, 또 평탄화할 때는 얼마나 더 갈아야 하는지 진행 정도를 살필 수 있다.

 

■ 연마봉 (야스리, Sharpening Steel)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미리 칼을 갈아두지 못했거나, 사용 도중에 칼날이 누웠을 때처럼 당장 칼을 사용해야 하는데 날이 안 들 때가 있다. 이때 숫돌로 갈기엔 많은 제약이 따른다.
이럴 땐 연마봉으로 몇 번 쓱쓱 문지르면 당장은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숫돌로 칼 가는데 들이는 시간과 수고를 생각하면 연마봉을 사용하는 게 능률적이긴 하다. 숫돌로 간 것보다 칼날이 쉽게 무뎌진다고 해도 연마봉으로 날을 세우는 거야 금방이니까.
급한 대로 연마봉에 밀고, 이후 숫돌로 칼날을 고르는 것도 👍

그런데, 회칼처럼 애초에 연마봉을 사용하기엔 적합지 않은 식칼도 있다. 외날 칼을 연마봉으로 연마하는 것도 애로점이지만, 무엇보다 회칼은 날이 매끄럽게 서 있지 못하면 생선을 해체하거나 얇게 회 뜰 때 절단면을 찢어놓기 때문이다.
탄소강으로 만들어진 칼 또한 연마봉으로 갈 수 없다. 칼이 연마봉 보다 강한 철이라서, 칼이 아니라 연마봉만 열심히 갈린다.

 

 

3. 식칼 보관 시 주의사항

식칼은 식기 세척기에 넣어선 안 된다. 식기와 칼이 부딪쳐 서로 상하고, 내부의 습기에 금방 녹슨다.
세제물을 먹인 스펀지로 꼼꼼히 씻고 마른행주로 물기를 제거한 뒤, 완전히 건조됐으면 안전한 곳에 보관하는 게 중요하다.

 

[ 식칼 보관 용품 ]

■ Knife Blocks

목제 칼꽂이에 빼곡히 꽂혀있는 식칼

칼꽂이엔 반드시 식칼을 깨끗이 씻고 완전히 말린 뒤에 꽂는다.
세균이 증식하기 좋은 공간이기 때문에 칼꽂이 청결도 꼼꼼히 살펴야 하는 부분이다.

 

■ Knife Sleeves/Guards

식칼은 사용하지 않을 때 나이프 가드(칼집)에 보관해야 칼도 사람도 안전하다

칼집을 사용하면 칼날이 충격에 상하는 걸 방지하고, 사용자의 안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

 

■ Knife Rolls

고급 수제 가죽 나이프 롤에 빼곡한 식칼 컬렉션

식칼을 들고 다닐 땐 하다못해 타월에라도 감싸서 다녀야 한다.
몇 자루씩 들고 다닐 땐 전용 나이프 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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